Delattre, P. (1966). Les dix intonations de base du frança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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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어의 억양에 대해서는 거의 원조격인 논문..본격적으로 억양을 다룬 첫 논문이라고 배우는데 이전 레퍼런스가 나오면 다시 올려봐야겠다.
 이 논문에서는 '운율'(Prosodie)이라고 말하는 언어의 발성적인 특성 중에 억양(intonation)이 프랑스어에서 어떠한 언어학적인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이때까지 많은 사람들의 억양에 대한 생각은 '그래 억양이 무슨 의미를 가지긴 하는데 너무 주관적인 것 같다' 정도로 정리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분야 초창기 저작들은 항상 억양이 얼마나 중요하며 객관적으로 분석될 수 있는지에 대한 썰로 시작한다. 사실 저 말은 꽤나 의미있는 비판인게 먼저 사람마다 기본적으로 가지는 음역대가 동일하지 않아 어디까지가 '높은 음'이고 '낮은 음'인지를 구분짓기가 애매하다. 또한 억양은 초분절적(suprasegmental), 그러니까 하나 이상의 음소에 걸쳐 나타나는 언어 특징이기 때문에 모델링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게 성조(tone)와 다른점이다. 성조는 각 음소에 하나 하나씩 나타나는 특징이기에 연구가 용이하지만 '배고파.'와 '배고파?'를 구분하는 억양은 사실 두 개 이상의 음소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니까. 그리고 그 것이 몇 개의 음소에서 나타나는지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저자는 나름 당시엔 최첨단이었던 (1966년...) 스펙토그램과  자기테이프 등으로 음높이(pitch)를 분석해서 억양이 가지는 의사소통의 효과들에 대해서 서술한다. 간단히 결론부터 정리하자면 저자는 억양 분석의 기본 단위를 억양 곡선(courbe d'intonation)이라고 본다. 억양 곡선이란 사람이 말한 음성의 음높이를 따라서 이은 곡선이다. 억양 곡선의 높낮이는 1(낮음) 2(평균) 3(높음) 4(조금 높음)으로 나누어 이를 도식화한다.(1-4, 2-3처럼)[2]
 그리고 이러한 곡선들을 마치 음운론에서 음소를 추출하듯이 변별자질을 지니는 최소대립쌍들로 나누어서 음운소(intonème)를 추출한다.[3]
 옛날 논문이라 그런지 좀 애매한 점들이 있긴한데...먼저 억양 곡선이라는 말이 조금 애매하긴 한다. '억양 곡선'이라는 중요한 분석 대상이 정확히 어떤 단위 상에서 나타나는지 대한 얘기를 어물쩍 넘어가버리기 때문이다. 그게 단어인지 구인지를 명확히 말하지 않는다. 일단은 설명의 편의상 '말의 음높이가 이어져 있는 곡선'이라고 말해두겠다. (아마 후대 학자들이 이걸 짚지 않았을리가 없으니 앞으로의 포스팅에서 얘기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결론적으로 프랑스어에는 7가지의 분별되는 억양이 존재하며 이를 억양소(intonème)라고 부를 수 있다

4개의 상승 억양소
2-3 continuation mineure(약한 지속) ex) (6), (7)에서 3까지 올라가는 부분 
2-4 continuation majeure(강한 지속), ex) (6), (7)에서 4까지 올라가는 부분
1-4 question(의문) 
1-4 implication(내포)-올라갔다 살짝 내려옴
 2개의 하강 억양소 
2-1 finalité(어미) 
4-1 l’interrogation(하강하는 의문), la commandement(명령), et l’exclamation(감탄) 
평이한 억양소 
1-1 parenthèse

 다음은 흥미로운 점 몇 개

1. 음운론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처럼 보이는데, 이 사람들이 한 조작 중에 녹음된 문장에서 어휘는 들리지 않게 하고 억양만 남겨서 의미를 분별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였다고도 나온다. 매우 흥미로운 연구방법

2. 억양하면 단순히 의문문 평서문 구분 정도나 될라나싶은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continuation majeur와 continuation mineur의 구분이 흥미로웠다. 특히 이를 통해 수식 관계가 구분된다는 점이 아주 재밌었다. 예를 들어

J'ai vendu / ma maison / en Espagne.

아래와 같이 세 개의 억양구가 있을 때 어디를 2-4 continuation으로 읽느냐에 따라
나는 스페인에 (있는) 집을 샀다 j'ai vendu (ma maison en Espagne)
나는 스페인에(서) 집을 샀다 j'ai vendu ma maison (en Espagne)

로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이 재밌다.

3. 위처럼 억양으로 인해 문법적인 의미차이가 생기는 것을 보면 억양은 확실히 연구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의 분류에 동의하기는 힘들고 좀 더 엄밀하게 억양의 범위가 정의되어야하겠지만 매우 흥미로운 연주 주제로 보인다.

4. 일단 관심을 갖는 부분이 촘스키언 통사론과 억양/구어 연구인데...지금은 거의 억양으로 논문을 쓰는 것으로 마음을 잡고 있다. 교수님이랑 같이 하는 프로젝트도 있고...근데 불어 음성 듣는게 짜증나서 큰일이다ㅋㅋ 얼른 불어 주제로 석사 논문을 한 편 쓰고 좀 더 다양한 언어를 가지고 연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러려면 역시 영미쪽 언어학과로 가야하는지...흐음 어쨌든 재밌는 것을 계속 파보려고 한다. 하루에 하나씩.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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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오재혁 (2014)은 억양 연구의 흐름을 영국식 억양 이론과 억양 음운론 두 가지로 구분을 하는데, 영국식 억양이론의 경우 Anne Wichmann의 Intonation in Text and Discourse를 억양음운론의 경우 Jun and Fougeron(2002)를 읽어보고 있습니다. 정리가 되는대로 다음에 포스팅해보도록 하겠다.


[2]최소대립쌍을 통해 음소를 추출하는 작업은 이러하다. 우리는 '삼김'과 '밥'에서의 ㄱ이 같은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당장 영어 화자들에게만 들리는대로 써보라고 하면 'samgim', 'kimbap'이라고 쓸 것이다. 우리가 동일한 소리로 인식하는 'ㄱ'은 사실 수많은 여러 변이음들의 집합이다. 한국어의 경우 ㄱ은 어두에서 무성음 [k⁽ʰ⁾]를 모음과 모음, 유성음 뒤에 올 경우 유성음 [g]로 발음된다. 영어는 이를 각각 g와 k로 표현하고. 중요한 것은 각각의 언어체계에서 어떤 특징들이 '변별'적 특징으로 여겨지느냐이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 언어학자들은 언어에서 최소한의 '대립'을 지니는 쌍(pair)을 나열하여 해당 체계에서 변별적으로 인식되는 구성소들을 찾아내는 작업을 실시한다. 예를 들면 어떤 언어의 화자에게

[gap] [kap]

이렇게 두 가지 발음을 들려주었는데 다른 음으로 인식한다면 이는 그 언어의 최소대립쌍이고, (아직 근거가 충분치는 않지만) [g]와 [k]가 각각 음소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Delattre는 아직 억양의 어떤 요소들이 '분별적'으로 여겨지는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에 억양의 최소대립쌍들을 모아 '억양소'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지를 밝혀보는 작업을 한다. 써놓고 보니 이건 따로 포스팅을 올리는게 낫겠다싶긴 하네..

[3] 보통 요즘의 연구에서는 2를 F0 그리고 L(low), H(high), HH(very high)로 구분하는듯 하다.

참고

"오재혁. (2014). 한국어 억양 곡선의 정규화 방안에 대한 연구. 한국어학, 62(), 39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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