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ap Your Troubles in Dream
빌 에반스의 트리오를 참 좋아한다. 특히나 이곡에서 잘 드러나지만 빌 에반스 트리오는 피아노 솔로라고 베이시스트가 워킹만을 하지도 않고 드럼 또한 조용히 받쳐줄 생각을 하지도 않는다. 다 같이 솔로하듯 날뛰는데 그게 난잡하지도 않다. 서로를 열심히 들으며 반응하기에 오히려 대단히 복잡하게 짜여진 연주를 듣는 느낌이다.
연주를 하게 되면 기막힌 솔로를 하는 다른 멤버에 대한 질투부터, 다 같이 같은 흐름을 탄 동료애, 그리고 그저 순수한 감탄까지 수많은 감정을 느낀다. 재즈 연주는 그래서 각자의 기량을 겨루는 피튀기는 링으로 시작해서, 같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손을 잡고 걷는 행군이었다가, 가끔씩 이를 넘어서 숭고한 무언가를 향한 예배가 되어버린다. 빌에반스의 트리오 엘범은 그런 고양감으로 가득하다.
조슈아 레드맨은 언젠가 인터뷰에서 자기의 가장 나은 연주들은 종종 같이 연주하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것들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솔로를 할 때 종종 리듬섹션 주자는 아이디어를 던져준다, 그것이 멜로디 악기가 솔로를 할 때 좋은 리듬섹션 주자의 역할이기도 하고. 그건 리듬일 때도, 새로운 멜로디일 떄도, 가끔은 다른 화성적인 아이디어일 때도 있다. 스스로의 솔로를 하는데만 집중할 때는 이런 아이디어들이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점점 연주에 익숙해지고, 다른 연주자들을 내가 각광받기 위한 제물이 아니라 같이 음악을 만드는 동료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런 아이디어들을 듣을 여유가 생겨난다. 그리고 거기에 반응을 하고 나도 새로운 것들 아이디어를 던지고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다보면 가끔씩 어디가 누구의 솔로인지, 이게 누구의 아이디어인지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시점이 온다. 우리는 합주를 한다. 순간순간 누군가는 주목을 받겠지만 중요한 건 같이 음악을 만든다는 사실이다.
나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우리의 일로 변하는 순간의 고양감은 음악만의 것은 아니고, 재즈만의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여태까지 이런 강렬한 기분을 합주밖에서 느껴본 적이 없다. 이 노래만 들으면 정신을 못차리고 술자리에서처럼 그냥 재즈 얘기만 하고 싶다. 아니면 이 노래를 엄청 크게 틀어놓고 캘리포니아로 차를 몰던지. 이제 더이상 열심히 재즈를 연주하지는 않지만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끔 느꼈던 그 뜨거운 감각이 생각난다. 같이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순간을 인식한다는 건 참 아름다운 일이다.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이런 감정들을 많이 느끼는 일들이 내게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언젠가는.
후우 째-즈 그놈의 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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