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ap Your Troubles in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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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에반스의 트리오를 참 좋아한다. 특히나 이곡에서 잘 드러나지만 빌 에반스 트리오는 피아노 솔로라고 베이시스트가 워킹만을 하지도 않고 드럼 또한 조용히 받쳐줄 생각을 하지도 않는다. 다 같이 솔로하듯 날뛰는데 그게 난잡하지도 않다. 서로를 열심히 들으며 반응하기에 오히려 대단히 복잡하게 짜여진 연주를 듣는 느낌이다.  연주를 하게 되면 기막힌 솔로를 하는 다른 멤버에 대한 질투부터, 다 같이 같은 흐름을 탄 동료애, 그리고 그저 순수한 감탄까지 수많은 감정을 느낀다. 재즈 연주는 그래서 각자의 기량을 겨루는 피튀기는 링으로 시작해서, 같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손을 잡고 걷는 행군이었다가, 가끔씩 이를 넘어서 숭고한 무언가를 향한 예배가 되어버린다. 빌에반스의 트리오 엘범은 그런 고양감으로 가득하다.  조슈아 레드맨은 언젠가 인터뷰에서 자기의 가장 나은 연주들은 종종 같이 연주하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것들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솔로를 할 때 종종 리듬섹션 주자는 아이디어를 던져준다, 그것이 멜로디 악기가 솔로를 할 때 좋은 리듬섹션 주자의 역할이기도 하고. 그건 리듬일 때도, 새로운 멜로디일 떄도, 가끔은 다른 화성적인 아이디어일 때도 있다. 스스로의 솔로를 하는데만 집중할 때는 이런 아이디어들이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점점 연주에 익숙해지고, 다른 연주자들을 내가 각광받기 위한 제물이 아니라 같이 음악을 만드는 동료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런 아이디어들을 듣을 여유가 생겨난다. 그리고 거기에 반응을 하고 나도 새로운 것들 아이디어를 던지고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다보면 가끔씩 어디가 누구의 솔로인지, 이게 누구의 아이디어인지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시점이 온다. 우리는 합주를 한다. 순간순간 누군가는 주목을 받겠지만 중요한 건 같이 음악을 만든다는 사실이다.  나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우리의 일로 변하는 순간의 고양감은 음악만의 것은 아니고, 재즈만의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여태까지 이런 강렬한 기...

Delattre, P. (1966). Les dix intonations de base du frança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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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 view  프랑스어의 억양에 대해서는 거의 원조격인 논문..본격적으로 억양을 다룬 첫 논문이라고 배우는데 이전 레퍼런스가 나오면 다시 올려봐야겠다.  이 논문에서는 '운율'(Prosodie)이라고 말하는 언어의 발성적인 특성 중에 억양(intonation)이 프랑스어에서 어떠한 언어학적인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이때까지 많은 사람들의 억양에 대한 생각은 '그래 억양이 무슨 의미를 가지긴 하는데 너무 주관적인 것 같다' 정도로 정리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분야 초창기 저작들은 항상 억양이 얼마나 중요하며  객관적으로 분석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썰로 시작한다. 사실 저 말은 꽤나 의미있는 비판인게 먼저 사람마다 기본적으로 가지는 음역대가 동일하지 않아 어디까지가 '높은 음'이고 '낮은 음'인지를 구분짓기가 애매하다. 또한 억양은 초분절적(suprasegmental), 그러니까 하나 이상의 음소에 걸쳐 나타나는 언어 특징이기 때문에 모델링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게 성조(tone)와 다른점이다. 성조는 각 음소에 하나 하나씩 나타나는 특징이기에 연구가 용이하지만 '배고파.'와 '배고파?'를 구분하는 억양은 사실 두 개 이상의 음소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니까. 그리고 그 것이 몇 개의 음소에서 나타나는지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저자는 나름 당시엔 최첨단이었던 (1966년...) 스펙토그램과  자기테이프 등으로 음높이(pitch)를 분석해서 억양이 가지는 의사소통의 효과들에 대해서 서술한다. 간단히 결론부터 정리하자면 저자는 억양 분석의 기본 단위를 억양 곡선(courbe d'intonation)이라고 본다. 억양 곡선이란 사람이 말한 음성의 음높이를 따라서 이은 곡선이다. 억양 곡선의 높낮이는 1(낮음) 2(평균) 3(높음) 4(조금 높음)으로 나누어 이를 도식화한다.(1-4, 2-3처럼)[2]  그리고 이러한 곡선들을 마치 음운론에서 ...